모나미 볼펜 0.7
모나미 볼펜 0.7
사람은 저마다의 볼펜이 있다. 특히 손글씨를 많이 쓰는 사람들은 펜에 민감하다. 나는 모나미 볼펜을 거의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나미는 대부분 0.7이기 때문이다. 난 0.7이 싫다. 0.5를 쓴다. 0.2가 무슨 차이냐고 묻는다면 그는 진정으로 글쓰기는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모나미 153을 싫어 하느냐. 그렇지는 않다. 종종 사용한다. 그렇지만 손에 딱 맞지 않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찾고 찾아서 결국 젤펜을 사용한다.
모나미는 향수다. 모나미 볼펜이 나오기 전 우리나라 문구는 볼펜다운 볼펜은 전무했다. 볼펜의 핵심 기술은 잉크가 묻어 나오는 볼이다. 당시 우리나라 기술로는 볼을 만들 능력이 없었다. 당시 관공서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년필과 펜촉을 사용했다. 몇 번 쓰고나면 잉크를 보충하는 수고와 압렵을 조절 못하면 종이가 찢어졌다.
1963년 볼펜이 출시된다. 우리나라 최초 유성볼펜이다. 모나미볼펜을 접한 사람들은 기겁했다. 한 편으론 너무 좋고, 다른 한 편으로 두려웠다. 인간이란 새로운 것을 접하면 언제나 두렵다. 그 두려움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언제나 그랬다. 사람들은 곧 인지하기 시작했다. 펜 잉크 공장이 연쇄부도가 날 것이다. 정말 그랬다. 모나미 볼펜의 경이로움은 보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심을 모두 쓰면 갈아야 되지만 볼펜심이 그리 자주 닳지는 않는다. 수천자를 써야 겨우 닳아지니까. 그러니 쉬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고, 종이도 잘 찢어지지 않았다. 이 놀랍고 경이로운 기록의 도구는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