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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작문

늙어가는 것은 시간과의 동행이다.

2025. 2. 10.

 

사람은 늙어간다.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고, 그 흔적은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러나 그 흐름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젊음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늙어감이라는 현실을 외면하려고 애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늘 문득 거울 속 나를 바라보다가 지나온 시간들이 남긴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눈가에 자리 잡은 잔주름들, 하나둘 늘어나는 검은 점들, 그리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을 보면서, 나도 어느새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계단을 오르는 일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게 느껴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뻐근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젊을 때는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작은 통증들이 이제는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너도 이제 예전과는 다르다"라고.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를 외면하고 싶었다. 아직도 많은 일들을 해야 하고, 여러 가지를 꿈꾸고 있는데, 이렇게 늙어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마치 시계바늘을 되돌릴 수 있을 것만 같은 헛된 희망에 매달리곤 했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은 가끔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젊음이 곧 생명력이고 가능성이라 여겼던 과거의 사고방식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룰 수 없고, 삶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다. 깊은 곳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와 체력이 쇠약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새로운 지혜와 통찰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젊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인다.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와 아픔이 느껴지고, 삶이란 단순히 성공과 실패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는 이제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물론 이러한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삶에서 변화가 올 때마다 저항하려는 본능을 지닌다. 늙어간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젊음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우리의 한쪽을 붙잡고 있다. 그러나 결국엔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온다. 그것이 인생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젊음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늙어감을 부정하는 대신, 그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늙음이란 결국 '시간과의 동행'이다. 시간을 미워하거나 거스를 수 없다면, 그와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 보니 그 속에는 분명 아쉬움과 후회도 있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들, 웃고 울었던 기억들, 그리고 수많은 경험들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 주었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늙어간다는 것은 더 이상 외적인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젊은 시절에는 바쁘고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조금 느긋하게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천천히 바라보고, 사람들의 표정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늙음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외적으로는 쇠락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속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

 

나는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늙어가는 것이 두렵기보다는 감사한 일일지도 몰라."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도 여전히 내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더 오래 경험할 기회를 얻은 것이기도 하다. 시간이 나에게 남긴 흔적들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늙음이란 결국 삶의 또 다른 면을 만나는 과정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잃어가지만, 동시에 더 깊고 의미 있는 것들을 얻어간다. 인생은 그렇게 하나의 순환처럼 흘러간다.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는 살아가고, 또 꽃이 지듯이 조금씩 물러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겨지는 추억과 흔적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오늘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이제부터는 늙어감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그것이 곧 내가 삶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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